영국 커피 브랜드 'Cona'에서 만든 디자인 특허가 시초

사이폰커피 [사진제공 : Wikipedia]
사이폰커피 [사진제공 : Wikipedia]

디자인특허 : 사이폰 커피 메이커 (US665188A)

연도 : 1910년

국가 : 영국

지역 : 런던 (London)

이름 : Albert Cohn (Cona Coffee Machine Company)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더 자세히 그것을 탐구하게 된다. 커피애호가 급증으로 이제 커피분야도 다양한 추출방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오늘 IP백과사전에서는 마치 학창시절 과학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한 커피추출 기기를 소개한다. 커피머신, 핸드드립에 이어 최근 프렌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이폰 커피’의 역사와 관련 특허를 소개한다.

지난번 커피머신, 핸드드립 커피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커피는 추출방식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그중 사이폰은 증기압을 이용한 진공 여과 방식의 커피 추출방식으로 알코올램프, 유리 플라스크가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다른 커피기기와 비교해 확실히 보는 재미와 원두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다.

사이폰 과학원리 그림 [사진제공 : Wikipedia]
사이폰 과학원리 그림 [사진제공 : Wikipedia]

우선 사이폰은 영어로 ‘Siphon’, ‘Syphon’ 모두 표기 가능하다. 언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의미를 가졌기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통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Siphon이라는 단어는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단어이자 일본의 커피머신 업체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서 사이폰머신이 수입되었고 커피문화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사이폰 커피’로 이름이 굳혀졌지만, 해외에서는 진공커피포트(Vacuum coffee pot) 혹은 ‘스며들다’, ‘액체를 거르다’라는 의미를 지닌 삼투압 작용을 설명하는 단어 ‘Percolate’의 명사형태 ‘Coffee Percola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이폰 커피 메이커 구성 [사진제공 : Cona coffee 공식 홈페이지]
사이폰 커피 메이커 구성 [사진제공 : Cona coffee 공식 홈페이지]

사이폰 커피는 크게 5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다. 보통 세로로 긴 모양으로 윗 부분에 위치한 상단 플라스크(Upper chamber)와 추출시 상단 플라스크에 결합하는 필터(Filter unit), 최초에 물이 담겨 있는 둥그런 모양의 하단 플라스크(Lower chamber), 하단 플라스크를 지지해주는 역할의 스탠드(Frame), 마지막으로 하단플라스크를 가열하는데 사용하는 알코올램프(Heat source)다. 이외에 물기가 스며든 원두를 저을 때 사용하는 나무막대와 커피 원액을 따를 잔도 필요하다.

Syphon, Intelligentsia [영상제공 : The Department of the 4th Dimension 유튜브채널]

사이폰 커피의 추출 과정은 대략 이렇다. 하단 플라스크에 뜨거운 물은 4/5 정도 담는다. 그리고 필터를 결합한 상단 플라스크를 결합한다. 이후 분쇄된 원두가루(분쇄굵기는 약 0.5mm 정도)를 상단 플라스크에 넣고, 알코올램프를 켜 하단플라스크를 가열한다. 물이 끓으면서 필터를 지나 상단으로 이동하고 원두가 증기를 머금게 된다. 준비한 나무막대로 최소 30초에서 2분 정도 저어주고 알코올램프 불을 끄면 기압이 내려가면서 동시에 필터를 거쳐 원액만 하단 플라스크로 이동한다. 이후 두 플라스크를 분리하고 잔에 따르면 완성이다.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미네르바' 사이폰 커피 추출 [사진제공 : 카페 미네르바 인스타그램]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미네르바' 사이폰 커피 추출 [사진제공 : 카페 미네르바 인스타그램]

설명만 들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커피의 추출방법과 차이가 있다. 사이폰커피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커피전문점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데, 서울의 경우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전문점이자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카페 ‘미네르바(Minerva)’가 사이폰 커피를 운영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엔티크한 인테리어에 사장님이 직접 따라주는 사이폰커피를 한 잔 마시면, 먼 과거의 커피숍에 온 기분이다. 옛 향수를 느끼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최근 스타벅스 리저브를 비롯한 전국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도 사이폰 커피를 운영해 과거에 비해 흔해졌다.

스타벅스 리저브 사이폰커피 [사진제공 : Starbucks R 공식 홈페이지]
스타벅스 리저브 사이폰커피 [사진제공 : Starbucks R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사이폰 커피는 언제 처음으로 만들어졌을까? 커피머신이 등장하고 점차 유럽 각지에 커피문화가 퍼져나가던 1800년대 초중반 거대한 머신은 아무나 사용하고 만들 수 없었기에 여러 방식의 추출법이 등장하고 있었다. 1840년 영국의 로버트 나피어(Robert Napier)는 처음으로 사이폰 커피 메이커 시안을 공개했지만, 다른 기기에 밀려 대중화되지 못 했다.

커피머신, 핸드드립의 인기에 밀려 크게 주목 받지 못 하던 사이폰은 1900년대 초부터 점차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10년이 돼서야 영국의 유명 커피 메이커 기업 ‘CONA’에서 만든 사이폰 커피메이커가 최초로 대중에 선을 보였다.

Albert Cohn의 CONA 사이폰 커피 메이커 디자인특허 [사진제공 : Wikipedia]
Albert Cohn의 CONA 사이폰 커피 메이커 디자인특허 [사진제공 : Wikipedia]

특허 정보에 따르면, 영국의 ‘CONA’의 커피 머신 디자이너 Albert Cohn이 1910년 영국 최초로 사이폰 커피 메이커 디자인특허를 출원했으며, 이후 1914년 미국에서 같은 디자인특허(US665188A)를 냈다. 디자인을 보면 지금의 사이폰 커피 기기와 크게 차이가 없는 디자인으로 그의 디자인 특허가 가장 현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Cona의 사이폰 커피 메이커는 여러 경쟁사의 벤치마킹 사례로 이어졌고, 이후 미국, 일본, 유럽에서도 관련 특허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특히 사이폰커피는 장인정신과 차 문화 및 슬로우푸드 문화가 정착되어 있던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우리나라가 그 영향을 받아 한때 서울에서 사이폰커피가 유행을 했었다.

사이폰 커피 [사진제공 : Hario 공식 홈페이지]
사이폰 커피 [사진제공 : Hario 공식 홈페이지]

사이폰커피는 진공플라스크에 담는 추출법으로 가장 원두 본연의 맛과 향미를 유지하는 커피추출법이다. 이러한 특성과 커피 애호가들의 깊고 꾸준한 애정으로 수많은 커피전문점들이 모여있는 서울 도심에서 여전히 살아남아 있으며, 여러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다시금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가끔 옛 것에 심취하는 경향이 있다. 복고, 레트로 심지어 뉴트로까지 인류는 항상 과거에서 향수를 느끼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동물이다. 물이 끓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과정 속에서 사이폰 커피 특유의 깊은 맛은 물론 회귀하는 시각적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사이폰은 타임머신이다. 사이폰 추출을 보며 잠시 어린 시절 과학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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