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로 기후변화 우려 높아져
토양 생태계 보호에도 관심 기울여야
박정재 교수 ‘세계 토양의 날’ 강연

박정재 서울대 교수가 12월 5일 aT센터에서 열린 '세계 토양의 날' 기념식에서 '인류세와 토양의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해 강연하고있다.
박정재 서울대 교수가 12월 5일 aT센터에서 열린 '세계 토양의 날' 기념식에서 '인류세와 토양의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해 강연하고있다.

최근에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단어가 많이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질학자들이 변화하는 지질시대 마다 이름을 붙이는데 지금은 인간이 지구를 차지하면서 지구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세라는 이름을 붙였다.

학자들은 지구 생태계에 엄청난 격변이 일어났을 때를 기준으로 과거의 지질시대를 구분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 이 시기에도 큰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격변은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서 생겨났지만, 지금의 격변은 인간이 일으키는 격변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는 12월 5일 세계 토양의 날 기념식에서 가진 강연에서 “1950년 시작된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를 맞아 토양 보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래 토양을 위한 지혜로운 균형과 조화’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토양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지구 생태계 보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인류세의 시작을 1950년으로 본다. 1950년을 기점으로 해서 인구가 크게 증가했고, 그 여파로 도시 인구, 사용량 등이 1950년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자연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1950년부터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3대 온실가스라고 하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가 1950년부터 증가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1850년 산업화 이전에 비해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 인간은 굉장히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산업화 대비 2도 이상 올라가면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 종말론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지구 온도를 2도 상승 이내로만 막으면 모든 환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환경 문제는 기온뿐만 아니라, 토양 오염, 대기 오염, 수질오염, 하천 오염, 해양 오염 등 생태계 문제가 심각하다.

그린란드의 빙하를 뚫고 얼음을 꺼내 분석하면, 과거 80만 년 동안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측정을 할 수가 있다. 80만 년 동안 기온이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았던 간빙기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 정도였고, 상대적으로 추웠던 빙하기 때 180ppm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420ppm을 넘어가서, 작년 최고점을 찍었는데 426ppm까지 올라갔다. 굉장히 이례적인 농도를 보인다. 지금보다 기온이 높았던 300만 년 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360ppm밖에 안 됐다.

지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을 초과했으니, 온도도 그만큼 더 올라가야 하지만, 지금은 바다가 열을 많이 흡수해 주고 있다. 그런데 바다의 열수용 능력도 한계가 있으므로, 대기 온도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12월 5일 aT 센터에서 열린 '세계 토양의 날' 기념식에서 토양을 회복하여 생태계가 살아나는 모습을 표현한 기념 퍼포먼스.
12월 5일 aT 센터에서 열린 '세계 토양의 날' 기념식에서 토양을 회복하여 생태계가 살아나는 모습을 표현한 기념 퍼포먼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천해도 대기 온도는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기후 위기만큼 또 심각한 게 생태계의 문제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숲이 아마존,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열대우림이다.

그중 가장 큰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막으로 변한다. 열대우림이 한 번 훼손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아마존 토양이 굉장히 척박하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나무가 크고 높아서 토양이 비옥할 것 같지만,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토양의 영양분들이 다 용탈이 되어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열대 우림 지역에서 목초지를 조성한다고 벌목하면, 탄소 흡수원인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은 완전히 영양분이 없는 땅으로 변한다. 열대우림이 훼손되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서 지구 온난화가 훨씬 더 심해지는 것이다.

동시에 동식물 다양성이 사라져서 지구 생태계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 토양 생태계는 사람들이 정말 모른다. 토양 생물은 땅 밑에 있어서 안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토양 생물의 종 다양성 연구를 많이 해보니, 육상 생태계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육상식물은 450기가톤의 탄소를 저장하는데, 토양 생물들도 92기가톤의 탄소를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1g의 토양에도 다양한 미생물과 생물이 살고 있다. 너무 작아서 인지하기가 어렵다 뿐이지 토양 속에 사는 미생물 다양성이 굉장히 크다. 곤봉 뽕나무 버섯 균사체라는 생물은 무게는 400톤에 이르고 나이는 평균적으로 2500살이다.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 화학 비료를 뿌리고, 살충제나 제초제 같은 농약을 쓰면 토양 미생물이 살기가 힘들어진다. 토양 미생물은 촉촉한 땅을 선호하는데, 가물어지면 토양 미생물이나 생물들은 살아가기가 더 어려워진다. 홍수가 나면 토양하고 토양 미생물이 쓸려간다.

이산화탄소나 이산화 질소산화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산성비 형태로 내려 토양을 산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간들이 사용한 항생제나 미세 플라스틱이 토양에 들어가면서 토양 생태계가 훼손된다.

그러므로 생태계 문제나 기후 문제를 우리 세대에서 어떻게든지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생태계 위기가 오면 그 피해를 주로 입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이다.

지금 우리가 지구를 마음껏 활용하고 자원을 남용하면서 기온은 한껏 올려 놓고 생태계 다양성을 파괴하는 망가진 지구를 다음 세대에게 해결해라고 이렇게 떠넘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토양을 보존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되느냐, 일단 토양 침식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산림을 보호하고 훼손된 지역을 조림하고 재조림하고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들이 내는 쓰레기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일 필요가 있다. 비료와 농약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이 공존하려면, 사람들이 윤리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동식물과 공생하고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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